
"으음 어떻게 해야지 조금 서프라이즈하게 할 수 있을까요?"
코타츠에 도란도란 모여 귤을 까먹고 있는 남사들 사이에서 머리위에 귤을 얹어놓은 소녀 사니와, 휘린이 계속한숨을 쉬다가 꺼낸 한마디. 남사들은 귤을 입안에 넣으려다가 사니와를 빤히 보았다. 그런 남사들의 모습에 사니와는 고개를 갸웃하였고 츠루마루는 귤을 한입에 다 넣고 금방 씹어 삼킨뒤 그녀를 빤히 보고 얘기했다.
"어이, 혼자인 사람들 앞에서 그 고민을 꺼내놓은 이유가 뭐야."
"ㅇ,엑?! 으악 그그 그런뜻으로 얘기한 것은 아니였는데..!"
"으아아아~ 상처야 주군~ 아무 생각없이 우리가 편하다고 그 얘길 한거야-?"
이때다 싶어서 한꺼번에 놀리기 시작하는 카슈와 츠루마루. 그들의 강세에 휘린은 그 사이에서 점점 울먹거리며 어쩔줄 몰라한다. 그걸 껄껄 웃으며 지켜보던 미카즈키가 그녀를 안아서 자신의 무릎에 앉히며 중재하고 나서야 둘의 장난이 끝이 났다. 휘린은 끄엥 할아버지- 하면서 미카즈키를 부둥켜 안았고 미카즈키는 손녀를 달래는 할아버지마냥 껄껄 웃으며 그녀를 토닥였다. 그리고 미카즈키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약 1년전 성탄절날 그녀와 손을 잡고 무릎꿇고 앉은채로 사귄다는 사실을 공표하던 우구이스마루를 떠올렸다.
그날만큼은 그의 표정이 매우 비장하였다. 처음에는 무슨일인가 하던 남사들은 장난인줄 알고 웃다가 우구이스마루의 비장한 표정을 보고는 점점 어색하고 얼굴이 굳어졌었다. 하세베는 벌떡 일어나 단연코 반대하였고, 그에 힘입어 카슈와 야스사다, 츠루마루까지 들고 일어났다. 거기서 미카즈키가 그들의 편을 들어주었고 사몬지와 비서칼이던 호리카와도 자신의 주군인 휘린을 응원하였다.
그뒤로 우구이스마루는 항상 그녀의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였고 매일 하루에 한번씩은 같이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놀았고 수면을 할때도 자신의 코타츠에서 자고가라는 약간은 어린애 같은 그의 말에 휘린이 웃으며 자신이필요한 것만 가지고 나와 그의 옆에서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거나 출진 작전을 짜다가 기절잠에 드는 것이 다반사가 돼었다. 그리고 기절잠이 부쩍 늘며 야겐이 둘을 데려다 놓고 잔소리를 약 2시간 가량하기도 했다. 그리고우구이스마루가 현세에 나가는 일이 잦아졌다.(처음 현세로 데이트를 나갈때 입은 옷이 트레이닝복같은 내번복이라 우구이스마루가 그날 밤에 미카즈키를 찾아와 술을 마시며 한숨을 쉬었다는 사실을 휘린은 전혀 모른다.)
그리고 휘린은 매번 데이트에 특별한 곳과 차를 좋아하는 우구이스마루를 위해 유명한 카페와 차를 만드는 곳등등 여러 곳을 다녔고, 곧 다가울 성탄절에 어디를 가야하나 매우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어찌해야 그와 조금 더 특별한 데이트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 끙끙 거리며 앓았다. 그리고 한참 생각이 나지 않자 우구이스마루가 원정을 나간 사이 그를 잘 아는 헤이안 시대의 남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츠루마루와 미카즈키에게 상담을 요청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휘린은 좌절하였다.
"그러면 아가, 거기를 가면 어떻누?"
"어딜요?"
"그..현세에 녹차가 유명하다는 곳을 가면 어떻겠누?"
"으음.. 알아봐야겠어요."
그런 곳은 사람들이 많이가서 우구이스마루가 안 좋아할거 같은데.. 휘린은 고개를 끄덕였고 미카즈키는 휘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오늘은 무얼하면서 보냈나?"
"으응? 오늘은 그냥 코타츠 안에서 귤을 까먹으면서 보냈어요, 요즘 밖이 많이 추워서요 헤헤- 응? 우구이님 왜요?"
"입에서 귤향이 나지 않는다만..."
"아하하 저는 그냥 머리위에 얹어놨었어요!"
"흐음? 어찌 안먹고?"
"만화에서 그런 장면 많이나와서 한번쯤 하고 싶었어요!"
잠자리에 같이 누워 잠을 자려고 눈을 감은 휘린은 들려오는 우구이스마루의 낮은 목소리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웅얼 거렸다. 그러자 우구이스마루는 그녀를 빤히 보다가 살짝 입에 뽀뽀하였고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휘린은 얼굴이 살짝 빨개져선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의 영롱한 눈동자가 보였고 갑자기 두근거리다 그의 얘기에 낮에 있던 일을 생각하며 애써 웃으며 얘기하였다.
"휘린, 현세에는 성탄절이 있다고 들었다."
"네!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우리...!"
"같이 가고싶은 곳이 있단다."
"...에?"
"같이 가주겠나?"
휘린은 복잡한 머릿속을 뒤로하고 애써 그에게 걱정말아요!하면서 재미난 곳을 데려다 주겠다고 얘기하려 했지만 그가 먼저 꺼낸 말에 표정이 깨지며 어벙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표정에 우구이스마루는 살풋 웃음 짓고는 그녀의 이마에 입맞추곤 얘기한다. 그리고 휘린은 벙찐채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미소지었다. 대체 어디를 가려고 하는걸까.. 휘린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
"여긴..."
"후후, 기억하나? 우리가 처음 현세에 왔을때 온 곳이지."
"네 기억하고 말고요! 근데 여기는 왜.."
"후후, 여기서 옷을 샀었지 않느냐. 옷을 사러 왔지. 들어가지."
"우, 우왁 잠시만요..?!"
평상시처럼 무녀복을 입으라는 우구이스마루의 말에 그녀는 입긴 입었지만 현세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어쩔줄 몰라서 그의 옆에 꼬옥 붙는다. 그리고 그는 그녀가 추울까 그녀가 사주었던 코트를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곤 자신이 처음 왔던 옷가게 앞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그녀가 눈이 동그래지자 웃으며 천연덕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안은채로 들어갔다. 남자옷과 여자옷을 파는 가게. 처음 우구이스마루가 데이트를 오려고 할때 그녀가 그가 최대한 놀라지 않게 옷가게를 돌아다니며 직원들을 보고 옷도 보고 해서 왔던 가게이다.
"어서오세요.. 어머나- 예전에 오셨던 분들이네요?"
"아하하, 안녕하세요..?"
"오늘도 남성분의 옷을 사러 오신건가요?"
"오늘은 내 연인의 옷을 사러 온겁니다."
"에...?! 우구이니ㅁ..아,아니..오빠..? 일부러 입고 나오게 한 이유가 이거에요..?!"
"어머나- 남자친구 분이 멋지시네요- 자 어떤 옷으로 입어보시겠어요? 요즘은 버건디색깔이 유행이고 여자분께도 매우 잘 맞을 것 같네요-"
"흐음.. 오늘은 특별히 허용할까... 짧은치마를.. 휘린, 저거 한번 입어봐."
순식간이였다. 휘린은 그렇게 우구이스마루에 손에 이끌려 짧은 버건디칼라에 예쁜 겨울치마랑 하얀 블라우스를 얻고 직원 선물이라며 실버색에 악세사리까지 받았다. 그리고 우구이스마루가 다음으로 간 곳은 카페다. 처음으로 왔던 피오니라는 카페였는데 딸기가 잔뜩 있었던 것이 특징이였지만 가향차를 싫어하는 우구이스마루는 살짝 시무룩해서 휘린이 매우 미안하게 생각한 기억이 그녀의 머릿 속에 있다.
"어떤거 주문하시겠어요?"
"예전에 왔던걸로."
"우구이오빠 그렇게 얘기하면 못.."
"알겠습니다 손님-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카드결제 하시겠어요?"
저기 언니 너무 자연스럽게 넘어가시는거 아니에요? 우리가 주문한거 알고계세요..?! 라는 눈빛으로 휘린은 종업원을 바라보았고 종업원은 그녀에게 좋겠다 후후 너희 아주 좋은 때로구나 라는 훈훈한 엄마의 눈빛으로 윙크를 하고 주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이뿐만이 아니였다. 그녀와 처음 갔던 레스토랑. 그녀와 처음 갔던 고양이카페까지 한참을 돌아다니며 예전에 했던 것을 똑같이 하였다. 처음엔 벙쩌하다가 나중에는 그녀도 웃으며 즐겼고 현세에서 혼마루로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우구이스마루의 손을 잡고 걷다가 그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우구이님 오늘.."
"일년후에도, 오늘처럼이면 좋겠구나."
"네?"
"저 곳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단다 후후."
"어, 오늘...."
"우리 1년동안 연인이라는거 알고 있단다. 모를 줄 알았던건가? 조금은 서운한걸."
그의 말에 휘린의 얼굴을 발그레 해졌고 그는 웃으며 그녀의 볼을 잡고 양볼에 쪽쪽 뽀뽀하고는 입술에 진하게 입맞춘다. 가볍게만 한 뽀뽀가 아닌 진하게 한 뽀뽀는 처음이라 그녀의 눈이 매우 동그레졌다.
"후후 내년에는 어떨지 기대해보거라."
"네...엑?!"
내년에는...설마....?!